2018년 이달의 바둑인물-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품은 12인의 바둑인물(2018년 이달의 바둑인물은 타이젬바둑에서 매 월마다 프로, 아마 등 각 층에서 활약한 인물을 만나 바둑 이야기부터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매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품은 바둑인물을 만나보세요.)

12월-단단한 싹 신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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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를 세우는 단단한 힘 신진서-차가운 냉정함, 뜨거운 열정

  • 깊고, 진중한 2000년생
  •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입단 당시 신진서의 일과
  • 단짝 바둑인공지능과의 대국
  • 한국 바둑의 미래 '양신(兩申)' 신민준, 신진서
  • 꼭 이기고 싶었던 탕웨이싱 잡고 천부배 준결승 진출! 복기에 박정환도 참여.(사진:월간바둑)
  • 가장 기억에 남는 이세돌과의 GS칼텍스배 결승5국
  • 존경하는 이창호9단과의 만남
  • 언젠가 넘어야 할 선수 박정환9단
  • 한국랭킹 1위, 2018년 다승 · 승률 · 연승 1등!

18세 신진서가 최연소 한국랭킹 1위에 올랐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뻔히 지는데도 참는 것은 세상의 일이지 바둑판의 일은 아니다. 고수라면 패배가 보이면 반드시 목숨을 건다. 국면은 급변했다. 상대를 격파하고 허물어뜨리지 못하면 삶 또한 오지 않을지 모른다_’미생’ 8권/도전

한국랭킹 1위에 오른 것에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1인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크게 감흥은 없다. 1인자가 아님은 상대전적에서 이미 증명되고 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그 생각 뿐이다.

어떻게 하면 ‘1위’라는 숫자가 의미가 있을까. 기본적으로 세계대회 우승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몇 번이나 해야 만족할 수 있을까. 아직 한번도 못 해봤으니 되도록 많이 해야겠다.

첫 우승까지는 가깝게는 천부배, 해를 넘어서는 백령배가 있다. 따로 비책은 없지만 평소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다.

상대의 움직임에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내 길을 간다. 상대의 공격을 받고 한 방에 쓰러질 수 있다. 그 점을 경계하며 법도를 지키되 겁을 먹지 않는다_’미생’ 2권/도전

다시 궁금하다. 정말 1등이 주는 의미가 없는지. 그냥 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임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랭킹포인트에도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랭킹 포인트가 발표되면 한번 확인하는 정도다.

부담은 없다. 랭킹1위라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더 신경쓰기 힘들 정도로 어떤 대회든 최대한 모든 힘을 쏟고 있다. 그래야 져도 후회가 덜 남는다. ‘최선을 다하면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다진 바둑에 후회가 남지 않을 수는 없다.

나도 두렵지만 상대도 두려울 것이다. 기세에서 밀리면 진다. 타협이 없다는 신호를 보낸다. 상대가 먼저 노선을 수정할 때까지 이 자세로 밀고 나가기로 결심한다. _’미생’ 1권. 착수.

1인자로 불리는 박정환은 언젠가는 넘어야 할 기사다. 박정환만 넘어서면 목표를 다 이룬 상태일 것이다. 올해는 두기만 하면 졌다. 박정환과 비슷하게 가는 것이 첫 번째다. 중국 대표기사 커제한테도 계속 깨진다. 모든 것을 떠나서 스스로의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
박정환, 커제가 내리막길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몇 판 진다고 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적어도 2-3년간 계속 진다면 나올법한 이야기들이다.

박정환과 커제와 대결을 하면 내가 불리하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내년에는 누가 이길지 모른다고 말할 정도로 실력을 쌓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세계대회 우승도 따라올 테니.

잘 두는 기사와 대결이 설레었던 적이 있다. 배운다는 마음이었기에 불편함은 없었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을 대국을 한다. 이제는 지면 꽤 아프다.

집과는 무관하지만 전쟁이 발발하면 무한한 힘을 낼 수 있는 강력한 장벽이다. 이 장벽이 어떤 역할을 해낼지 아직은 모른다. 확실한 것은 엄청난 투자가 들어간 이 장벽이 반드시 무언가를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_’미생’ 2권/도전

천재, 영재라는 말들을 줄곧 들었지만 부담이 없었다. 그런 부담 보다는 대국에 대한 부담이 생겼다. 아무 생각 없던 시절이 있었는데 부담은 나이가 쌓여가면서, 성적이 좋아지면서 다가왔다. 나이도 성적도 모두 영향이 있다.

부담은 감정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지고 나면 화가 난다. 제어가 되지 않을 때도, 될 때가 있다. 단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형세가 나쁠 때는 확실히 티가 나는데, 기분 좋을 때는 티가 나지 않는다. 바둑 외적인 것은 다 참을 수 있다. 음식도 잘 먹는다. 향신료 냄새가 강한 중국 음식도 크게 거리낌이 없다.
하지만 바둑이랑 관련이 있으면 참지 못할 때가 많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좋게 좋게만 생각하다가 자만한 적이 있었다. 기분이 좋아지면 자만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최대한 감정을 조절하려고 한다. 평소에 스스로를 좋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 비관적이다.

연결은 힘의 원천이다. 연결이 끊어져 혼자가 되면 제아무리 강한 존재도 부평초처럼 무력해진다_’미생’ 3권/기풍

97년생부터 99년생까지 10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기사들이 지금도 같이 생활하고 있다. 중국에는 고수들이 엄청 튀어 나왔지만 한국은 그대로다. 동료들에게 대국에서 지면 푸념을 하곤 한다. 좋았던 바둑이었는데 어떻게 지냐라는 말을 한다. 이긴 바둑에 대해서는 크게 말하지 않는다.

프로기사의 길을 걷고 입단자 연수를 할 때 적었던 하루 일과표가 인터넷에 떠돌아 다닌다. 이길 때까지 둔다고 써있다. 잠을 줄여서라도 이겨야 했다. 바둑에서 지고 나면 다른 것을 하기에는 힘이 나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승부욕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성격이 안 좋은 것이다.

승부는 비정하고 피 튀기는 것이지만 승부사는 이런 흐름 속에서 잠시 나른한 행복감에 젖어 든다. 흐르는 물이 앞을 다투지 않듯 그렇게 나아가면 된다. 적자생존의 승부세계에서 이건 얼마나 귀한 사치인가_’미생’ 6권/봉수

연패를 당했을 때 그만 두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을 하지만 웬만하면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가끔 휴식이 필요해지면 노래를 듣는다.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노래 잘하는 가수가 좋다. 승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바둑 홍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참여하려고 한다. 홍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여자기사들처럼 댄스 무대에 오를 자신은 절대로 없다.

쉼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했을 때가 있었다. 다른 이유는 지금 고민하지 않는다. 세계1인자가 되는 것이 원동력이다. 물론 바둑이 좋아서도 있다. 바둑은 없으면 안 되는 존재다. 지면 스트레스가 있는데, 바둑이 재미 없어질 강도는 아니다.

국면은 미세하다. 깜깜한 어둠 속. 한 집을 다투는 길고 긴 추격전이 고통스럽다. 과연 살아남는 자는 누구인가_’미생’ 8권/사활

바둑은 실력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다음은 마인드다. 아직은 두 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1인자라는 목표를 위해서 바둑인공지능은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공동연구 또한 좋아한다. 인공지능이 못 본 수가 있기도 하고, 선수들과 같이 연구를 하면 당연히 손해가 없다. 집에 있는 컴퓨터와 핸드폰과 연결해서 원격으로 AI를 이용할 때도 있다.
인공지능 수를 외워서 두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당연히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실력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예전에 비해서 노력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다른 분야에서 1등한 경험은 없다. 중학교를 다니다가 그만 뒀는데,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기억에 잘 나지 않는다. 학교 생활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은 해봤는데 후회는 없다. 바둑을 빨리 둬서 졌나? 이런 후회는 하지만 지금까지의 삶에 큰 후회는 없다. 아쉬움이 있다면 바둑을 모르는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다른 분야에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나쁘지 않겠다는 느낌이 있다.

상대 진영을 가르고 돌파하면 반드시 이익이 따른다. 실리를 빼앗긴 백이 보복적으로 대가를 구하고 있다. 흑의 몸에서 생채기가 나고 피가 묻어나는 느낌이다. 세상의 고수 중에 초식동물은 없다. 고수는 본능적으로 평등과 평화를 거부한다_’미생’ 2권/도전

부쩍 말랐고, 훌쩍 키가 컸다. 최근에도 키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 바둑을 한판 두고 나면 1키로가 빠지고, 장고대국을 하면 1.5키로 정도 빠진다.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이유일 수 있겠다.

다승, 승률, 연승 모두 1등이다. 올해 성적에 만족하지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잘 했다는 의미로 생각한다. GS칼텍스배 5국에서 진짜 이기고 싶었던 대국에서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고, 천부배 4강 진출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탕웨이싱한테 삼성화재배에서 지고 3-4달 괴로웠는데 천부배에서 설욕했다. 너무 중요한 세계대회가 남아 있기에 올해 점수를 내기에는 이르다. 결과가 나오면 점수를 낼 수 있겠다. 지금까지는 반반이다.

마음을 비우고 거친 파도에 몸을 맡긴다. 사실은 이 장면에선 이 한 수뿐이라는 것을 상대도 알고 나도 안다. 이 한 수로부터 이 판의 골격과 상이 결정된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떨린다. 이젠 돌아갈 수 없다_’미생’ 2권/도전

너무 중요한 세계대회 천부배에서 장웨이제와 대결한다. 힘이 강한 바둑이고 단단하게 두는 전형적인 중국기사 스타일이다. 같이 4강에 오른 천야오예는 어떨까. 당연히 어렵다. 기풍, 수읽기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솔직히 ‘쎄다’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고수들은 냉정하다. 동시에 고수들은 뜨겁다. 그들은 차가움 뜨거움 사이를 빠르게 오고 가는 능력자들이다_’미생’ 7권/난국.

단 한 판의 대국을 할 수 있다면 누구와 하겠는가. 마지막 말이다. ‘승부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이랑 두는 것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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