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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달의 바둑인물-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품은 12인의 바둑인물(2018년 이달의 바둑인물은 타이젬바둑에서 매 월마다 프로, 아마 등 각 층에서 활약한 인물을 만나 바둑 이야기부터 우리가 몰랐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매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품은 바둑인물을 만나보세요.)

5월-열정 만수르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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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열정이 그대의 힘 이주영-묘했고,뜻밖이었고,열정적인,순수했던 만남

  • 도쿄에서 열린 ‘A.I용성전’ 참관 / 숨은 이주영교수 찾기
  • 중국 푸저우로 가는 길 / 갑자기 시작된 바둑공부
  • ‘바둑이’ VS 프로기사
  • 화려하고 웅장했던 / ‘오청원배&A.I바둑대회’ 개막식
  • 오청원배 출전 선수 / ‘돌바람’ 임재범 대표와 함께
  • ‘바둑이’의 첫 시험대는 / 베리지노믹스컵 월드A.I바둑대회
  • 첫판부터 만난 강자 중국의 ‘절예’
  • ‘바둑(BADUK)’과 ‘i(똑똑한intelligent)’의 조합
  • 베리지노미스컵 우승팀 / ‘봉황’과의 답답했던 만남
  • 검토실에서 'GOLAXY' 개발자와 열띤 토론을
  • ‘바둑이’와 밤샘 공부 중인 여자기사들

#묘했던, 첫번째 만남

“한국 분이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단백질 연구하는 사람입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12월,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열린 ‘A.I용성전’에서였다.

‘단백질 연구가가 이곳에는 왜?’
인공지능바둑대회가 한창 열리는 낯선 곳에 무작정 찾아온 그와의 첫 대화는 단순하지만 묘했다.
단백질 연구를 하는 사람은 씩씩하게 노트북을 켜고 각국의 A.I바둑 개발자들 사이에 앉았다.

이틀 연속 대회장에 출근 도장을 찍은 그는 ‘절예’, ‘딥젠고’ 개발자들 사이에 앉아 적극적이고 활기차게 다양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만든 인공지능인데 한번 보실래요?” 서슴없었다.
현장을 담아야 하기에 어떤 A.I바둑이 우승을 차지할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는지 촉을 세우고 있다가도 궁금한 것이 많아 보이는 그도 물론 관찰의 대상이었다.

이틀 간 A.I바둑대회는 쉼 없이 진행됐고, 결승에서 중국 ‘절예’가 일본 ‘딥젠고’를 이기며 우승을 차지했다. 자가대국으로 발전한 알파고 제로의 논문을 참고해 발전시킨 A.I가 처음으로 인간의 기보를 바탕으로 발전한 A.I를 이긴 것이다.
정신 없던 A.I바둑대회 상황이 종료되고 난 뒤 그의 뒷모습을 쫓았으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기억 속에 그는 그저 ‘호기심이 많은 단백질 연구가’였다.

#뜻밖의 곳, 두번째 만남

4개월 뒤 단백질 연구가는 뜻밖의 곳에서 나타났다. 중국 푸저우에서 열리는 ‘베리지노믹스컵 월드AI바둑대회’ 출전 명단에서였다. 그가 ‘바둑이(BADUKi)’라는 이름의 A.I바둑을 들고 나타났다.
알파고 이후에 너도나도 자원과 재원을 투입하며 A.I바둑을 쏟아내고 있는데 바둑 강국이라는 한국은 지금까지 1인 기업이 만든 ‘돌바람’의 발전만 먼 발치에서 응원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두개의 A.I바둑이 출전한다니 반갑구만, 반가웠다.

명함 수첩을 뒤적여 보니 그제서야 단백질 연구가의 이름이 또렷이 보인다.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이주영 교수.

“교수님, 중국에서 열리는 A.I대회에 출전하시더라고요.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대회까지 있으시더라고요? 긴 여정 잘 부탁 드립니다.”
“제가 잘 부탁 드려야죠. 대회에 처음 나가는 것이라서 정신도 없고, 떨리기도 합니다. 목표는 1승입니다.”

왜 단백질을 연구하는 그가 그 곳에 홀연히 나타났는지 4개월이 지난 뒤에야 궁금증이 풀렸다.
한 뼘 정도 그와 가까워진 뒤 알게 됐는데, 당시 그의 열정은 샘 솟는 시기였다.

2017년 10월, 한국연구재단(NRF. 국가대표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전략과제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였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마감 이틀 전에 ‘AI.바둑 연구를 통해 단백질과 신물질 연구 과제에 다가서겠다’는 제안서를 냈다.
제안서는 이틀 동안 휘리릭 만들어졌지만 그는 오래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알파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신약 개발을 통한 인류 기여가 궁극적인 목표다’라는 내용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논문을 50번이나 정독을 했다. 거꾸로 인공지능에 도전해 보자는 열정이 생겼다. 열정 또한 그의 전문 분야였으니 거칠 것이 없었다.
그리고 12월 초 연구재단은 그에게 5년간의 ‘A.I바둑 연구’에 대한 지원을 허락했다. 한시라도 빨리 연구에 돌입하고 싶었던 그에게 이틀 뒤에 도쿄에서 열리는 ‘AI용성전’은 세계 A.I바둑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열정적인, 세번째 만남

중국 푸저우로 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해 단백질 연구가, 아니 이주영 교수를 만났다.
짧은 인사 뒤 비행기를 타고 2시간 정도 후에 샤먼에 도착했고, 쉴 틈 없이 미니버스에 올랐다.
최종 목적지는 샤먼에서 4시간 가량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푸저우’다.

또깍또깍 타자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흔들리는 버스에서 이주영 교수의 손가락은 쉴 틈이 없었다. 잠깐의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오청원배에 출전하는 여자기사들도 ‘바둑이’에 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조용했던 버스 안에서 갑자기 바둑공부가 시작됐다. 그 동안 ‘바둑이’ 테스트를 위해 프로기사와 대국했던 기보를 보여주며 ‘바둑이’ 수에 대해서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나중에 저희가 ‘바둑이’와 대국도 해볼 수 있어요?”
“대 환영입니다. 대국도 할 수 있고, 복기도 할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바둑이’를 꼭 이겨주세요. 그래야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교수는 A.I용성전 참관을 한 뒤 가치망과 정책망,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망 등을 갖춘 첫 버전을 12월 말에 내놓았다. 그리고 올해 2월에는 자체 대국 체제에 돌입했다. 그리고 3월부터 알파고 제로 방식(사람의 기보를 입력하지 않고 스스로 대국을 해 발전하는 알고리즘)으로 전환했고 성장에 가속이 붙었다.

‘바둑이’는 지금까지 프로기사와 대국해 4승5패를 기록하고 있다.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로기사 이성재는 “1월초에 정선이었는데, 3월부터는 나보다 세졌다. 성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라고 칭찬했다.

4개월만에 놀라운 속도로 발전한 ‘바둑이’의 첫 시험대는 ‘베리지노믹스컵 월드AI바둑대회’다. 아쉽게도 일정 관계상 대진추첨을 못한 그에게 좌절의 대진이 전해졌다. 예선전 1국이 하필 최강의 A.I바둑 중국 ‘절예’다.

“’절예’랑 둬요? 스위스리그 특성상 1국에서 지고 나면 강자를 만나기 힘든데 ‘절예’랑 둘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잘됐네요!”

이제 막 태어난 ‘바둑이’가 마주한 현실은 상상한데로였다. 특히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봉황(Phoenix Go)’을 만났을 때 ‘답답했다. 숨이 턱하고 막혔다’. 하지만 무척이나 험난했다고 하지만 목표했던 1승을 넘어 2승3패라는 눈에 띄는 결과를 일궈냈다.

일취월장하고 있는 ‘바둑이’ 이름 석자의 탄생은 이랬다.
여러 이름을 고민했는데 물리학자이니 ‘빅뱅’, ‘블랙홀’ 등의 이름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바둑’이라는 단어를 꼭 사용하고 싶었다. 영어 대문자로 바둑을 쓰고, 뒤에 소문자로 i를 붙여서 ‘BADUKi’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뒤에 i는 인텔리전트(똑똑한. intelligent)의 의미를 담았다. 대회에 참가하기 열흘 전에 만들어진 소중한 이름이다.

예선에서 탈락한 그의 중국에서 남은 일정은 5일이라는 긴 시간. 긴 시간 동안 심심하지 않겠냐는 질문이 무색하게 그는 무척이나 바쁘다.

식사 시간 혹은 오청원배 검토실에 종종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숙소에 머문다고 했다. 한 손에는 단짝으로 보이는 노트북이 들려있다. 검토실에 와서는 ‘GOLAXY’ 개발자와 A.I바둑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이내 사라졌다가 바둑이 끝난 선수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이교수와 선수들은 밤8시에 로비에서 만남을 약속했다. 밤8시, 어둑어둑한 로비에 밝게 불을 켠 노트북 앞에 선수들이 모였다. 이교수는 선수들 4명의 기보를 분석해왔다. 선수들의 눈과 머리가 초롱초롱 빛났다. 끄덕이기도 했고, ‘바둑이’가 다른 수를 이야기할 때는 꼬집기도 했다.
이교수는 A.I바둑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원리 설명도 잊지 않았다. 한판한판을 한땀한땀 분석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은 밤11시가 됐다.

늦은 밤까지 계속된 이교수와 여자기사들의 만남은 다음날도 이어졌다. 16강전이 끝나고 하루 쉬는 날에도 선수들은 ‘바둑이’와 만나 초반 포석을 연구하기도 하고, 직접 대국을 해보기도 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호텔 밖에 한번도 안 나가셨죠? 건강도 챙기셔야 할 것 같아요. 광합성도 하고 그러셔야죠~”
“하하. 우리는 식물이 아닌데 왜 광합성을 합니까?^^ 원래 출장을 가면 밖에 잘 나가지 않아요.”

누군가 그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열정 만수르’라는 말로 대신하련다.

#순수한, 네번째 만남

바둑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있었기에 이교수는 자연스럽게 바둑을 접했다. 인공지능바둑과의 인연을 2016년 4월부터로 기억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세기의 대결을 끝내고 열린 고등과학원 딥러닝 연구발표회에서 이주영교수는 '알파고와 기계 학습 방법들'을 주제로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나온 알파고 논문의 내용을 소개하고 연구한 내용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간되면 유튜브를 보라고 권하는 이교수의 말이 생각나 검색을 해보기로 했다. 아뿔사! 단백질을 연구하는 고등과학원 물리학자로만 알고 있었던 그는 서울대 물리학과와 미국 브라운대 통계물리학 박사로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었다.

단백질구조 예측은 난치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체에는 10만개 이상의 단백질 종류가 있고 단백질이 고유의 모양을 벗어나 구조가 바뀌면 알츠하이머병·광우병·파킨슨씨병 같은 질병에 걸리며, 이런 난치병 치료를 위해서는 단백질의 고유한 모양과 변형된 모양을 밝혀내야 한다. 이교수는’ AI.바둑 연구를 통해 단백질과 신물질 연구 과제’에 다가선 것이다.

24강부터 5일간 이어진 오청원배 결승에는 한국기사 ‘최정-김채영’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 우승 확정으로 대회가 끝이 나고 기사들 모두 입을 모아 ‘바둑이 덕분이다’라고 고마움의 표현을 했다.

최정은 “여러모로 ‘바둑이’에게 도움을 받았다. 열정이 대단하신 이교수님하고 친해지고 싶다.”고.
김채영은 “원래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가장 응원하는 인공지능이 ‘바둑이’가 됐다.”고 한다.

이주영 교수는 6박7일 간 A.I바둑 개발자들과 많은 소통을 하며 ‘바둑이’ 개발에 빠져들었고, 시간을 내어 프로기사들과 의견을 주고 받았다. 기존 A.I바둑대회에 출전하는 다소 소극적으로 보이는 개발자들과는 다른 모습이어서 궁금했다. 지치지 않은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 일까. ‘바둑이’ 연구를 함께 하는 김종윤 연구원이 답해줬다.

“여러 학술대회나 토론회 등 공개적인 석상에 자주 나가신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학문적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기시는, 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이다.”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그를 그리고 ‘바둑이’를 발전시키고 있었구나.

열정에 갈수록 좋아지는 성장 환경이 더해졌으니 ‘바둑이’는 도약은 시간 문제다. 10대로 시작한 GPU(그래픽 처리 장치)는 현재 28대로 늘었다. 자매 기관인 카이스트가 앞으로 1000대까지 늘려주고 싶다고 전폭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하루 대국 수가 10만판으로 늘어 더 큰 도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여러 상황을 아직 못 접해봤기 때문에 아직 ‘바둑이’의 강점은 잘 모르겠습니다. 5만 대국 정도 자가대국을 했는데, 알파고에 비해서 경험이 미천한 수준입니다. 자가대국 횟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바둑이’의 발전을 천천히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긴 여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캄캄한 비행기 안. 또깍또깍 타자를 누르는 소리가 들린다. 모두가 지쳐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이주영 교수의 손가락은 쉴 틈이 없다.

지치지 않는 순수한 열정을 가진 그대가 A.I바둑 발전에 손짓을 보냈음에 감사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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