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고 했다던가...
친구 따라 어줍게 배운 바둑에 인생이 골병든다.
머리가 잘못 된 건지, 손가락에 문제가 있는 건지...
배우고 또 둬도 일보 전진에 일보 후퇴만 반복하길 어느덧 20성상...
기원을 기웃거려 봐도 만만한 상대 하나 없고...
고수잡고 부탁해도 소 닭 쳐다보듯 훑어본다.
만만한 게 동문이라 모임에 달려가니, 기우회 쪽수 늘어나는(?) 기쁨인지 반겨이 맞아준다.
하수의 설움 동문이라고 어디 갈까?
후배에게 부탁하느니, 선배에게 x팔자고...
하수 팔자 개 못주고, 선배 하나 붙잡은 게 결국은 방향착오...
이어지는 선배 구박에 하수 탄식 절로난다.
두 점 깔면 ‘건방지다’
세 점 깔면 ‘새가슴’
지키면 ‘소심하다’
벌리면 ‘실속없다’
정석대로 두면 ‘틀에 박힌다’
생각대로 두면 ‘정석도 모른다’
세 칸 벌리면 ‘황새 다리’
두 칸 벌리면 ‘뱁새 다리’
빨리 두면 ‘경솔하다’
늦게 두면 ‘본다고 수 생기냐’
단수 치면 ‘소탐대실’
들여다보면 ‘이적수’
살자하면 ‘죽은 자식 불알 만진다’
포기하면 ‘생각 없이 손 뺀다’
공격하면 ‘아생연후’
수비하면 ‘공격이 최선의 방어’
내가 두면 ‘방향착오’
지가 두면 ‘응수타진’
내가 두면 ‘소탐대실’
지가 두면 ‘사소취대’
농담하면 ‘까분다’
진지하면 ‘열 받았냐’
‘좋은 수’ 칭찬 뒤에...
이어지는 ‘그런데’...
어디 구박뿐이겠는가?
괴롭히고 후려 먹는 방법도 가지가지...
소꼬리 인심 쓰고...
황소 한 마리 챙겨간다...
따라두면 뒤통수 치고...
쳐들어가면 동문서답...
사선 달리면 삼선에 후벼 파고...
삼선 달리면 사선에 에워싸고...
다가서면 협공하고...
물러서면 집적대고...
젖히면 끊고...
늘면 누르고...
꼬부리면 싸 바르고...
단수 치면 패 만든다!
빨리 둬도 안 되고, 늦게 둬도 안 되고...
두 칸 벌려도 안 되고, 세 칸 벌려도 안 되고...
단수 쳐도 안 되고, 들여다봐도 안 되고...
젖혀도 안 되고, 늘어도 안 되고...
공격해도 안 되고, 수비해도 안 되고...
지켜도 안 되고, 벌려도 안 되고...
361점 드넓은 중원 땅에 흑돌 쉴 곳 한 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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