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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작성자
파계승21
게시일
2003-08-10
조 회
591
첨 부
없음.
내 용
미국TV에는 ‘캔디드 카메라’라는 인기 오락 방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것은 원래 1960년대 인기프로그램을 1998년부터 PAX TV가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지금까지 방영하고 있는 인기 장수프로그램이랍니다. 매주 방송 때마다 50년전 방영되었던 올드 버전을 잠깐씩 보여주는데 예나 지금이나 몰래 카메라의 재미는 여전하더군요.
이 프로그램은 몰래카메라로 촬영하지만 사람들의 솔직한 반응들을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합니다. 비록 몰래 찍은 것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캔디드’(솔직한) 카메라인 것 같습니다. 인간이 꾸밈없는 솔직한 모습이 솔직하지 못한 몰카에 의해서 밝혀지다니 아이러니컬하네요.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말 이와 비슷한 오락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교통법규 잘지키는 사람이나 선행을 한 착한 사람을 몰래카메라로 찾아내어 칭찬하고 포상하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그후 몰카는 대부분 나쁜 데로만 사용된 것 같습니다.
캠코더는 주로 연예인의 은밀한 사생활을 그 표적으로 하여 연예인 수난의 시대를 초래하였습니다. 더욱이 요즈음은 카메라가 내장된 휴대폰까지 나와 전철, 화장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반 시민까지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적인 ‘묻지마 몰카’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몰카가 출현하기 전부터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각종 몰카에 노출되어 왔습니다. 아파트, 주차장, 작업장, 은행, 백화점, 목욕탕, 차도, 길거리 등 공공장소마다 CCTV가 매복되어 있습니다. 사실상 우리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몰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마치 일거수 일투족 감시당하고 있는 현대판 파놉티콘(원형감옥)의 세계에 살고 있는 셈이죠. 물론 이같은 몰카들은 의혹, 불신, 범죄 때문에 일단 모든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고육지책이겠죠.
그렇지만 부정비리나 범죄와는 거리가 먼 대다수 평범한 일반 시민들에게는 몰카가 공연한 사생활 노출의 원인이 되어 기분이 좋진 않습니다. 하물며 범법자들은 얼마나 몰카를 싫어하겠습니까.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정치인들’도 몰카를 좋아할 리 없겠죠.
그런데 싫든 좋든 몰카의 위력은 있는 그대로를 솔직히 보여준다는 데에 있습니다. 또한 비록 비윤리적일지라도 몰카는 그 솔직함 때문에 사회감시의 기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경찰, 검찰 등 공기관이 사회감시를 하기엔 이 사회는 너무 크고 복잡합니다.
그래서 좀 문제가 있다고 논란이 되었지만 카파라치, 쓰파라치 등 각종 파파라치가 나타나 일종의 사회감시 기능을 하기도 하죠. 몰카의 밤거리 설치를 시민들이 찬성하는 것도 몰카의 방범기능 때문이죠.
지금까지 방송언론이 카메라 고발을 통해 사회감시의 기능을 수행해왔습니다. 이젠 ENG 카메라의 위력은 감소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각종 비리나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이 능청을 떨고 은폐하거나 오리발을 내미는 바람에 사회고발이 힘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런 고민이 해결될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몰카 덕분이죠. 몰카는 비록 윤리성 논란이 있지만 이미 방송에서 사회고발 프로그램에서 사용되어오던 수법입니다. 이제 ENG 카메라와 공중파방송의 시대는 간 것 같습니다. 몰카, CCTV, 인터넷 동영상이 그 위세를 떨치는 시대가 도래한 것 같아요. 특히 최근에 일어났던 한 사건이 이런 몰카의 진가를 보여주었습니다.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얼마 전 청와대 고위간부가 몰카에 걸렸습니다. 몰카는 향응에 약한 인간의 솔직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부도덕한 몰래 카메라에 의한 부도덕한 인간의 모습.아아, 비정한 몰카여, 인간의 나약함이여.
노무현 대통령도 “언론 때문에 짜르지는 않겠다”고 하시다가 몰카 희생양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대선 때 고생했고 성실한 사람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고 합디다. 대선동지에 대한 예우는 인간적으로 볼 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민정수석도 “솔직히 사표수리할 정도까지 책임이 큰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고 합디다.
몰카와 공직자 윤리강령인가 뭔가에 재수없게 걸려 희생당한 것일 뿐이죠. 만약 그가 희생양이라면, 그 많은 양들은? 그리고 목자는?
사실상 밥 한 끼와 술 대접 한번 받았다고 짜른다면 남아있을 공직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향응만 받고 청탁은 안들어주면 되는 것 아닙니까? 민주당 정대철 대표님의 ‘대가성없는 정치자금’처럼 ‘대가성 없는 향응’이 된 셈인데 이것 또한 인정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또한 대선 공신이 6개월 수명밖에 안된다면 누가 미쳤다고 그 두세배 이상 기간동안 선거운동에 매달리겠습니까. 국민세금으로 받는 청와대 연봉이 그리 높지는 않을테고, 무슨 재미로 정치한답니까. 물론 도의적 책임만 지고 짤려도 다른 곳에 자리를 마련해주겠지만 개인의 명예는 어떻게하라고…
시민들도 너무합니다. 불순한 동기에 의한 몰카를 ‘고맙다, 몰카야’ 식으로 대하다니… 정치인들을 모두 교도소 담장 안으로 떨어뜨리려고 작심을 했다면 차라리 부패방지위원회를 ‘정치파파라치’로 구성하는게 더 낫겠군요.
더욱 더 많은 몰카를 권력층 주변에 포진시키자는 시민들의 심정도 이해가 갑니다. 시민들은 이미 도처에 깔린 몰카의 포로가 되어 있거든요. 정치인이라고 감시망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생떼를 쓰는 셈이죠.
그래도 정치인들은 좀 낫습니다. 연예인이나 일반 시민들은 시도 때도 없이 몰카에 희생이 되지만, 정치인들은 향응받을 때와 사과궤짝 돈을 받을 때만 몰카를 조심하면 되니까요. 아무튼 혹시 몰카가 있는지 잘 살펴보십시오.
저같은 사람도 모텔 방에 들어서면 그냥 여자를 돌려보내고 나서도 방안을 이곳저곳 살펴보는 습관이 있는데, 하물며 공인들은 더욱 더 철저한 몰카 탐지 습관을 가져야겠지요. 정치인은 연예인들에게 한수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연예인들은 오래전부터 몰카에 시달려왔던지라 이젠 몰카 조심을 잘 하니까요. 참, 팁 하나! 차량번호판에 바르는 반사물질을 얼굴에 바를 수도 있다고 하던데, 필요할 때 긴요하게 사용하십시오(FDA의 승인은 아직 확인된 바 없음).
세상에는 뭔가 캥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가 봅니다. 불륜 비디오를 공개하겠다고 무작위로 마구 뿌린 이메일 협박 편지에 벌벌 떨어 무조건 송금해주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긴장하십시오. 몰카 협박 이메일에 속아 넘어가 돈 부치지 마십시오.
아니, 대가성 없이 거저받은 돈이니 이참에 유용하게 쓰는 것도 괜찮을 듯 하군요. 분명히 그 정치 파파라치는 카드빚과 생활고에 쪼달려 가족동반 투신자살할 뻔한 서민일 테니까 도와주는 셈치고….
그러나 몰카에는 항상 당당하게 대응하십시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대한민국 헌법 제 17조가 당신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언론사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서라도 파파라치를 잡아줄 겁니다. 그러니 좀 더 뻔뻔해지십시오.
몰카에 노출이 두렵다면, 협박이 두렵다면 정치 ‘때려 치십시오’. 그래도 아마 정치 때려치는 정치인은 없을 것입니다. 대가성 없는 눈먼 돈과 향응과 청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헉! 아니 말 실수했습니다. 그들은 돈과 권력과 명예는 거들떠보지 않고 오로지 민족과 국가를 위해 자신과 가족을 희생하는 애국자들입니다.
이상 오늘은 말이 좀 많았습니다. 편집자님, 이 글은 미성년자들이 보지 못하게 처리해주십시오. 포르노성 몰카 보다 더 추한 인간들의 솔직한 모습을 담은 <캔디드 칼럼>이라서 청소년들에게는 유해할 것 같아서요. -현택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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