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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우리는...
작성자 파계승21 게시일 2003-10-14 조 회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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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정이라는 공간을 주무대로 사는 전업주부들은 그날 아침 바깥 온도가 어떠했으며, 낮과 밤의 기온차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를 때가 많다. 마찬가지 밖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에 대해서도 그만큼의 거리감을 가지기가 쉽다. 그러다 아이가 놀이방이나 유치원을 필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주부들은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이와 함께 다시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며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곤 한다.
예컨대 가장 많이 부딪치는 문제 중 하나가 아이들의 싸움이다. 대개는 먼저 남을 괴롭히거나 때리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내 아이가 먼저 싸움을 걸지 않는다고 일체의 싸움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한 달도 채 안 걸린다. 성품에 따라 남의 아이를 때려눕히고 오는 제 아이를 자랑스러워하는 엄마도 있다는 사실을 접하는 데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다음으로 자주 부딪히는 문제는 아이의 취학 전후로 발생한다. ‘치마 바람’이라는 이름으로 비난받는 ‘돈 봉투’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지점에 이르면 엄마들의 고민은 초 절정에 달한다. 그리고 저간 엄마의 모든 철학을 담아 비장감마저 감도는 결정을 내린다. 이밖에도 아이의 사회생활을 시작으로 엄마들이 중심을 잡고 선택해야할 문제들은 많다.

대개 이런 문제들의 일반적인 해법은 ‘해야 한다’와 ‘절대 안 된다’로 갈리는데, 선택의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엄마가 선뜻 한 쪽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심한 언행의 불일치로 연막을 쳐대는 이들까지 등장할라치면 엄마들의 어지럼증은 극심해진다. 결국 모든 문제의 열쇠는 바로 내 욕구와 세태 사이에서 스스로 균형감각을 유지할 때 찾아지며,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기까지는 적잖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그렇게 해서 생긴 내 버릇 중 하나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내로라하는 두 개의 신문을 동시에 보는 습관이다. 균형이라는 이름의 촉수를 자극하기 위해서다.

어제 들어가 본 인터넷상의 두개의 신문 1면 톱은 실로 오랜만에 일치하고 있었다. 일제히 대통령의 재신임을 내걸었고, 빗발치는 네티즌들의 의견들은 그새 끝 간 데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세는 대통령이 ‘좋다’, ‘밉다’ 두 가지로 정리되는데, 현실감 부족한 내게 퍼뜩 드는 생각은 ‘아, 또 한번의 선거에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와 ‘혹시 인터넷이나 핸드폰으로 선거를 치를 수는 없을까? 그럼 돈이 좀 덜 들 텐데’하는 거였다.

그리고 순간 쌓아온 나름의 균형이 기우뚱하며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지난 세월 동안에도 나는 적잖은 균형의 균열을 경험했고, 그때마다 나는 그 균열을 그래도 발전적인 ‘변화의 기미’로 받아들여왔다. 그런데 오늘의 이 균열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자기 묻을 구덩이를 파고 있는 기분이 든다.

‘본토(중국)는 지금 무섭게 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모든 종목에서 1등을 하겠다고 합니다.’

며칠 전 홍콩으로부터 날아온 남편의 업무파트너가 사석에서 한 말이다. 10억이 넘는 국민을 먹여 살리려면 모든 종목에서 1등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중국정부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지는 오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중국의 공장들은 하루 24시간 쉼 없이 검은 연기를 내뿜고 있으며, 전 세계인이 쓸 공산품들이 거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30여 년 전, 우리와 똑 같은 상황에서 그들의 오래된 전략, 인해전술을 다시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밀고 올라오는 중이다! 그 파트너의 말이 허방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주류와 비주류, 신세대와 구세대, 영남과 호남, 빨갱이와 反빨갱이란 모호한 주체에 의해 양분되어 대립하고 있다. 이 모호한 주체들은 이름만 들어도 1억도 안 되는 국민들의 미래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대체 뭘 위한 대립인지, 과연 오늘의 이 대립이 앞으로 10년 후, 가공할 모습으로 변모해있을 중국과 ‘맞장’ 뜰 내공을 키워줄 수는 있는 건지, 그걸 알아야 나는 오늘의 이 불안을 털고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조선닷컴/양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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